축복의 통로가 된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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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Feast
예술은 완벽한 존재이자 최고의 선인 신의 창조물 ‘자연’을 모방하고 복제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그 후 르네상스시기를 거치면서 예술가의 표현의지에 의해서 특정한 사물에 대한 미적인 주관과 감수성을 표현하는 행위로 변화되었다. 특히 현대미술에서는 외부세계에 대한 예술가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작품도 많이 발표되었지만, 예술가 자신의 욕망과 꿈을 표현한 작품들도 많이 전시되고 있다. 1980년도이후 현대사진에서도 작가 개인의 사적인 욕망이나 욕구 혹은 꿈을 시각화한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성적인 욕망과 정체성을 영상화한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와 조엘 피터 위트킨((JOEL-PETER WITKIN)의 누드사진 작품이다. 1980년대 이후 현대사진에서는 작가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사진과 같이 단순하게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특정한 사건을 재현하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을 연출하여 현실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구축하여 보여주는 표현방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작품의 내부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연극이나 영화같이 모델을 분장시켜서 작품의 주제와 부합되게 설정하기도하고 작품의 배경에 필요한 소품을 유효적절하게 배치하기도 한다. 작품마다 서사구조가 있어서 영화나 연극의 특정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러므로 현대사진에서는 사진가가 연극무대의 연출자나 영화감독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작품을 촬영하기 이전에 주제를 표현하기 위하여 상황을 명확하게 설정한 다음에 그것에 필요한 모델과 소품을 선택하고서 조명을 완벽하게 세팅한 이후에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리고 주제를 정하기전에 그것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조사하고 학습을 하고나서 본격적인 사진촬영을 시작한다. 마치 과학자나 사회학자와 같은 태도로 사진작업을 하는 것이 현대사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노정하 작가는 특정한 상황을 연출하고 설정하여 찍은 ’자화상‘시리즈로 유명하다. 작가는 자신을 특정한 욕망이나 꿈을 연상키는 인물로 분장시키고서 마치 영화포스터를 찍듯이 자화상을 찍는다. 작가 자신을 꾸민 분장과 패션 그리고 작품속의 배경이 어우러져서 밀도 있는 내러티브가 생성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 특히 완벽한 조명의 제어와 치밀한 연출 그리고 독특한 컬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가들이 ’자화상‘을 찍는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탐구하거나 의식 속에 되어있는 욕망과 꿈을 충족시키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에도 신디 셔먼(Cindy Sherman)과 같이 특정한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시각화한 작가도 있다. 그리고 노정하 작가는 특정한 시대의 문화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자신의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을 표현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노정하 작가가 2006년도에 발표한 ‘love feast'시리즈 중 일부이다. 작품 한 장 한 장을 살펴보면 작가가 작품제목의 사전적 의미그대로 종교적 회식이나 초기 기독교도의 우정의 술잔치를 연상시키는 배경을 바탕으로 자화상을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 첫 번째 작품은 정서적인 유화가 걸려있는 벽을 배경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자화상’을 찍은 것인데, 작가가 입은 왕비 혹은 공주의 의상과 같은 드레스와 소품으로 등장하는 악기가 영화 혹은 연극적인 장치로 작용하여 판타지를 발생시키고 있다. 작가의 의식 속에 내되어 있는 욕망이 특정한 시대의 문화적인 요소와 어우러져서 보는 이들의 감성과 이성을 자극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은 마치 점술사와 같은 분장을 하고서 사진을 찍었는데, 촛불과 와인 잔 등 다양한 소품과 작품의 배경 그리고 인물의 분장과 의상이 상호의미작용 하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모델의 표정과 포즈가 유효적절하게 조합되어서 보는 이들을 작품 속 상황으로 빠져들게 한다. 작가도 미처 깨닫지 못한 무의식속에 감추어줘 있는 욕망의 또 다른 표현과 같이 느껴진다.
세 번째 작품은 다른 두 작품과는 다르게 성적인 욕망과 카리스마가 느껴지는데, 포즈와 분장이 상호의미 작용하여 발생한 결과이다. 작가의 포즈와 조명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서 보는 이들의 감성을 깊이 있게 자극 하는 것 이다. 언어나 문자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영상이미지 자체가 스스로 말하여 작가의 표현의도를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마음 속 깊이 숨겨지고 가려져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욕망이 영상화된 최종 결과물이다. 예술작품이 보는 이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최종 결과물에서 작가의 정체성과 고뇌 그리고 진지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번에 소개한 ‘ love feast'시리즈에서는 그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작품 한 장 한 장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현대사진은 변화된 사회문화적인 환경과 작가들의 표현욕구가 상호작용하여 현실의 거울 혹은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매체라는 전통적인 사진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작업형태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에 소개한 노정하 작가의 ‘love feast'시리즈도 그러한 맥락에서 제작되어서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구축하고 구성하여 보여주는 현대사진의 여러 사례 중에 하나이다. 현대사진은 현실의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사진가가 자신의 세계관과 미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특정한 현실을 분석하고 해석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인식시켜는 주는 것이다.
2006년 김영태<사진기획자, 비평가>